09 주왕산국립공원 신록
 피천득(皮千得)은 5월을 이렇게 노래했다.
『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을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지금 주방골, 절골, 주산지는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머문 듯 가는 세월 덧없다 탓하지 말고 ......
하룻쯤 신록을 찾아 가는 봄을 노래함이 어떠리!  

▲  주산지 신록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나 명소에  흔히 "국민"자를 붙이는데, 주왕산국립공원 주산지가 바로 국민촬영지이다.
익히
알다시피 주산지는  영화와 티비에 비친 아름다운 영상미와 사진 마니아들이 도배질한 인터넷 그림들로 국민 관광지로 뜬 곳이다.  
토끼가 눈 비비고 물만 먹고 가던 주왕산 별바위골의 한적한  주산지가 스타 촬영지로 뜨면서 사계절 구경꾼들로 시끌벅적하다.
주산지의 풍경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사진 마니아의 혼를 뺄 수 있는 때는  만추와 신록의 계절인 5월이다.
신록의 5월 맑은 날. 
동이 틀 무렵 잠시 신록, 반영, 물안개가 어우러져 몽환경(夢幻境)을 그린다.
허나 2009년 주산지의 신록은 그대로이나, 극심한 봄가뭄으로 왕버들이 밑을 들어내어  몽환경(夢幻境)은 기대하기 어렵다.
신록의 반영도 그렇고 물안개도 없는 한낮의 주산지 풍경은 딱히 내 세울 경관도 거시기하고, 솜털같은 잔뿌리를  드러 낸 왕버들이  계곡의 울창한 수림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 낼 뿐이다.
이전리 사람들이 농사용으로 사용하는 주산지는 300여년 전 1720년 8월 조선조 숙종 46년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 10월 경종원년에 준공하였다고 전해지며, 못의 규묘는 길이 100m, 너비가 50m, 수심 8m의 아담한 산중 저수지로 지금껏 한번도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고 한다.
 

 

 ▲  지금  주산지는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  오월의 주산지 왕버들 신록이 눈이 부시다.

 ▲  오월의 주산지 왕버들 신록이 눈이 부시다.

 ▲  오월의 주산지 신록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  주왕산국립공원 절골 신록

주왕산 국립공원 남동쪽 주산지옆에 위치한 주왕산 절골은 주방천계곡에 비해 규모는 작으나, 풍광 자체는 주방천 계곡보다 더 뛰어나다. 주왕산하면 기암과 주방천을 연상하게 되고 주왕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방천으로 몰려, 늘 절골계곡은 한갓진 계곡이다.
약 10여 ㎞에 달하는 계곡 따라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고 기암괴봉과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별천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주왕산 절골계곡은 아직까지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인 시쳇말로 웰빙 그 자체이다.
인터넷에서 절골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여도 변변한 사진과 설명글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인터넷 스타 촬영지로 뜬 그 유명한 주산지는 사계절 사람들로 붐비지만, 절골계곡이 주산지 옆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가 찾은 오늘도(2009.5.04) 주산지는 차들이 이어지는데 절골 주차장은 텅 비었다.
국립공원 절골계곡은 관리사무소를 지나면서 시작되는데, 5분 정도 숲길을 오르면 좁고 험한 골짜기인 절골협곡(峽谷)을 만난다.
협곡(峽谷)은 말 그대로 지세가 험하고 좁은 골짜기다. 장정 몇이 손을 맞잡으면 닿을 듯한 좁은 협곡은 초입부터 비경으로 다가온다.
기암괴봉, 짙은 연두신록, 벽계수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속에 빠진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절골의 풍경은 가을이 으뜸인데 특히 만추 무렵 이곳을 찾으면 신선에 온듯한 느낌을 받는다. 계류에 축 늘어진 빨간 단풍가지, 단풍에 불게 물든 웅덩이의 맑은 물, 단풍비를 맞으며, 낙엽을 밟으며 한걸음 한걸음 한적한 계곡을 걷노라면 잠시나마 그 풍경,그 낭만에 흡사 딴세상에 온 듯하다.
이곳에는 그 흔한 간이 매점, 화장실도 볼 수 없는 천연 그대로의 계곡이어서, 서너군데 설치된 목책다리만 없다면 여기가 국립공원이 맞나 할 정도로 원시적 자연미 그대로이다.

▲  주왕산국립공원 절골 신록

▲ 주왕산 주방천 수달래
전설에 따르면 주왕이 후주천황(後周天王)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주왕굴에서 마장군의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둘 때 흘린 피가 주방천을 붉게 물들이며 흘렀는데, 그 이듬해에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꽃이 주방천 물가에서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그후 해마다 수달래는 늦은 봄부터 초여름에 이를때까지 주방천에서 처절하리 만큼 아름다운 빛깔의 꽃을 피웠던 바, 사람들은 그 꽃이 주왕의 피로 피어난 주왕의 넋이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수달래를 주왕의 넋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지금도 수달래는 해마다 주방천 계곡을 따라 주왕의 전설을 담은 꽃망울을 터뜨린다.

▲ 주왕산 시루봉의 신록
시루봉은 그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같아서 시루봉이라 불리우는데 밑바닥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시루봉 전체를 감싸면서 봉우리 위로 치솟는다고 한다. 옛날 어느 겨울철 도사가 이바위 위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신선이 와서 불을 지펴 주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멀리서 보면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보인다.

▲ 연두색 신록과 검붉은 수달래가 물들인 주방천이 한폭의 그림이다.

▲ 주왕산과 수달래.
주왕산 주방천에는 주왕의 전설이 담긴 그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운 수달래가 주왕의 한을 토해 내듯 골짝마다 흐드러지게 피어 5월의 신록과 어우러져 그 모습이 장관이다. 주왕산으로 도망 온 주왕이 숨을 거두면서 흘린 피로 꽃이 생겨났다는 전설의 꽃인 수달래는 진달래보다 색깔이 진하고 꽃잎마다 검붉은 반점이 20개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