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미투리 삼아 이별하던 님이여
테마 리포터    - 그립고 그리워 부르는 思夫曲 -

 

원이 엄마의 思夫曲
-  머리카락 미투리 삼아 이별하던 님이여......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구구절절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원이 엄마의 편지와 미투리 이야기는 400여 년 전의 일이다.
아내는 병석에 누운 남편이 이 신을 신을 만큼 건강해지길 바라며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한올 한올 미투리를 삼아 정성을 다했으나 끝내 미투리를 신어보지 못하고 눈을 깜자 지아비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적은 편지글과 미투리를 마지막 가는 지아비의 가슴에  고이 넣어둔 것이  반천년이 지난 세월이 흐른 1998년 경상북도 안동시 정하동 택지개발지의 이름모를 무덤 한기를 이장(移葬) 하면서 망자의 가슴에 고이 품어 묻어둔 애절한 사연이 적힌 편지와 미투리가 수습되었는데 이것이 속칭 '원이 엄마'의 편지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

'음력 유월 초하루. 그때도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렸으리!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눈물로 쓴 편지를 관속의 남편 가슴에 묻는 청상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말없이 흐느끼는 청상의 뺨을 방울방울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옷깃을 적시고, 떨리는 손끝으로 관 속에 편지를 넣으며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청상의 고통에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배우자의 죽음 앞에서 구구절절(句句節節) 애틋한 사연담아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가는 남편의 무덤에 고이 묻어둔 마지막 편지가 412년의 어둠을 헤치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편지였다.
유물에서 확인된 망자(亡者)는 고성이씨(固城 李氏) 가문의 응태라는 남자로 1586년 서른한 살에 요절했다는 것이다.
망자의 가슴에 고이 덮어 주었던 '원이 엄마’의 가슴시린 애달픈 편지는 남편의 장례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씌어진 글로 죽은 남편에게 꿈속에서라도 다시 보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내는 지아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하고픈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종이가 다하자 모서리를 돌려 써고 또 모자라 거꾸로 여백을 찾아 애간장을 애는 구구절절한 그리움을 적어 나갔다.

400여년 전에 쓴‘원이 엄마’의 편지 원문은 이러하다.

『원이 아바님께

원이 아바님께 병슐 뉴월 초하룻날 집에서

자내 샹해 날드려 닐오되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날하고 자식하며 뉘긔 걸하야 엇디하야 살라하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는고

자내 날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며

나는 자내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런고

매양 자내드려 내 닐오되 한데 누어 새기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엿비 녀겨 사랑호리 남도 우리 같은가 하야

자내드러 닐렀더니

엇디 그런 일을 생각지 아녀 나를 버리고 몬져 가시난고

자내 여히고 아무려 내 살 셰 업스니 수이 자내한테 가고져 하니

날 데려가소 자내 향해 마음을 차승(此乘)니 찾즐리 업스니

아마래 션운 뜻이 가이 업스니 이 내 안밖은 어데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려 살려뇨 하노

이따 이 내 유무(遺墨) 보시고 내 꿈에 자셰 와 니르소

내 꿈에 이 보신 말 자세 듣고져 하야 이리 써녔네

자셰 보시고 날드려 니르소

자내 내 밴 자식 나거든 보고 사뢸 일하고 그리 가시지

밴 자식 놓거든 누를 아바 하라 하시논고

아무리 한들 내 안 같을까 이런 텬디(天地)같은 한(恨)이라

하늘아래 또 이실가

자내는 한갓 그리 가 겨실 뿐이거니와 아무려 한들 내 안 같이 셜울가

그지 그지 끝이 업서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이 유무(遺墨) 자셰 보시고 내 꿈에 자셰히 뵈고 자셰 니르소

나는 다만 자내 보려 믿고있뇌 이따 몰래 뵈쇼셔

하 그지 그지 업서 이만 적소이다.』

 

※ 안동대학교 사학과 임세권 교수가 현대어로 옮긴 '원이 엄마'의 편지는 이러하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br>있다 하고'그렇게 가시니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

<br>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이 무덤에서는 편지외에도 많은 유물이 수습되었는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망자의 머리맡에 고이 넣어 둔 한지로 곱게 싼 미투리 한 벌 이었다.

병석의 남편이 건강해져 이 미투리를 신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를 삼았던 것이다.

끝내 남편이 죽자  원이 엄마는 이 미투리를 남편과 함께 묻은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20년 전 진실로 서로를 사랑하며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 해로하고자 소망했던 이응태 부부의 육신은 비록 떨어져 있을지언정 그들의 영혼은 지난 세월 동안에도 줄곧 함께였다.

죽음조차 갈라 놓을 수 없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 긴 어둠의 세월 속에서 이 사랑을 지켜온 것은 아내가 써서 남편의 가슴에 고이 품어 묻어둔 마지막 편지였다.

 

그 후 2005년 4월에는‘원이엄마’의 조형물 '안동아가페상'이 안동시 정하동 대구지검 안동지청 앞에 세워져 있다.

▲  죽음조차 갈라 놓을 수 없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 긴 어둠의 세월 속에서 이 사랑을 지켜온 것은 아내가 써서 남편의 가슴에 고이 품어 묻어둔 마지막 편지였다. 그 후 2005년 4월에는‘원이엄마’의 조형물 '안동아가페상'이 안동시 정하동 대구지검 안동지청 앞에 세워져 있다.

▲  ‘원이엄마’의 조형물 '안동아가페상'의 원이 엄마 편지를 새긴 비석

▲ 450년 전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리워 부르는 사부곡(思夫曲)- 의 주인공 원이 엄마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 주는  국립 안동대학교 박물관(박물관장 임세권,학예연구사 조규복)

▲  1998년 경상북도 안동시 정하동 택지개발지의 이름모를 무덤 한기를 이장(移葬) 하면서 망자의 가슴에 고이 품어 묻어둔 애절한 사연이 적힌 편지와 미투리가 수습되었는데 이것이 속칭 '원이 엄마'의 편지다. 국립 안동대학교 박물관(박물관장 임세권,학예연구사 조규복) 영상 발췌

▲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 라고 망자의 가슴에 고이 품은 원이 엄마의 편지와 미투리

 

▲   그립고 그리워 부르는 원이 엄마 思夫曲 재현 영상. 국립 안동대학교 박물관 영상 발췌

▲   그립고 그리워 부르는 원이 엄마 思夫曲 재현 영상.국립 안동대학교 박물관  영상 발췌

▲  원이 엄마는 병석에 누운 남편의 병환이 호전되길 바라며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한올 한올 미투리를 삼아 정성을 다했다.
국립 안동대학교 박물관 영상 발췌

▲  지아비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며 머리를 잘라 짚신을 삼았건만 끝내 눈을 감자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 라고 구구절절 애간장을 녹이는 사연 담은 편지를 미투리와 함께 지아비의 가슴에 고이 품어 묻었다. 국립 안동대학교 박물관 영상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