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다로 훌쩍 떠나보자.

오늘은(10.23)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 절기이다.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이무렵이면 농촌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으로 수확의 계절이다.
황금 들녘엔 추수가 한창이고 시골 길섶엔 찬이슬을 흠뻑 먹은 청초한 들국화가 애처로운 때이기도하다.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필자가 사는 산촌의 가을이 깊어지면 밤마다 뒷산의 부엉이가 자주 울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계절감을 느낀다.
들판의 가을은 절정이지만, 영남의 산가을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나 단풍이 제대로 진다는 기상청의 예보이다.
이러한 때는 틈새 여행지로 가을 바닷가로 훌쩍 떠나봄이 어떨까?
혹자는 가을 바다 뭐 볼거 있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장소나름이지 찾아보면 단풍구경 못지 않게 가을 바다는 낭만적이다.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갯바위에 지천으로 핀 연보라 해국 군락, 갈매기 떼, 오징어 덕장, 백사장 날개 접은 갈매기 떼...등 추억을 더듬어 낭만에 젖어보는 여행지로 영덕 사진리 가을 바다를 추천해 보고 싶다.

대구 경북에서 하룻길로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라야 경주, 포항, 영덕 바닷가 정도 지만, 가을 여행지로 가장 안성맞춤인곳은 해국과 오징어 덕으로 꾸민 사진리 가을 바다가 음뜸이다.
대구에서 출발하는 하룻길 가을 여행은 해가 짧아  좀 서둘러야 한다.
영덕의 53km 해변 길 모두를 둘러보기엔 가을 해가 짧아 7번 국도를 쭉 달려 영해 못 미쳐 축산면 소재지인 도곡에서 푸른 바다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영덕의 대표 어항인 축산에 닿는다.
축산항은 방파제 구실을 하는 대나무 산인 죽도산의 하얀 등대(지금은 수리 중)와 갈매기 떼, 빼곡이 들어선 고깃배들이 어우러져 앵글을 잘 잡으면 멋진 그림이 되는 어항이다.
뿐만 아니라 항으로 들어서면 먼바다에서 잡아 온 고기를 푸는 어선, 근해에서 밤새 잡아 온 오징어 하역과 경매로 왁자지껄하다. 지금은 오징어철이라  거의 매일 오징어 작업을 하므로 현지에서 싸게 살수 도 있다.

오늘의 가을 바다여행지인 사진 바닷길은 축산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영덕바다 53km 중, 축산항에서 대진항에 이르는 12번 지방도는 전형적인 어촌풍경을 만날 수 있는 해변길이다.
이 길은 사계절 모두 좋지만, 오징어와 해국이 제철인 가을이 가장 낭만적이다.
이 길의 가을 철 메리트는 해국(海菊) 군락지란 점이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국은 9월부터 연보라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찬서리가 내리는 상강무렵부터 꽃이 진다.

해국은 그렇게 귀한 꽃은 아니지만 어느 바닷가나 자라지 않는다.사진리 해안의 산 쪽이나  갯바위에 바짝  붙어 무리지어 핀 연보라 해국은 파도와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이다.

전형적인 어촌마을인 사진리 앞바다에 오징어떼들이 모여들면 밤바다는 집어등 불빛으로 날을 샌다.
 새벽녘에 포구에 들어와 고기를 풀면 온 마을은 오징어 파시를 이룬다.
산등성이도, 바닷가도, 담장에도 온통 오징어가 가을바람에 흔들되고 덕 아랜  해국이 지천으로 피어나 색다른 가을 바다 풍경이다.

사진 바다를 벗어나면 이어서 대진 갯마을이다. 명사이십리 고래불해수욕장, 해송, 상대산,갈매기,파도가 어우러진  풍경이 수려하다.
대진해수욕장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고래불해수욕장은 병곡,영해면 여섯 개 마을을 배경으로 백사장 길이가 무려 이 십 리 길로 전국 최대 백사장을 자랑한다.
철 지난 썰렁한 해수욕장엔 수백 마리의 갈매기 떼들이 날개를 접고 가을볕을 쪼이고 있는 풍경이 평화롭다.

'고래불'이라는 이름은 고려말 학자 목은 이색 선생이 지은 이름으로, 선생은 영해면 괴시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어느 날 상대산에 올라가서 동해를 내려다 보니 고래가 하얀 물줄기를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고래불'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