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전원 일기]
2006.11.25(土) 늦가을 마늘을 놓으면서.

   2006.11.25(土) . 마늘 놓기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대지를 촉촉히 적신다.
계절은 이미 입동을 지나 눈이 내린다는 소설(22)을 지나 겨울로 접어 들었지만,  뒷산 능선의 지각생 단풍은 때늦은 가을의 정염(情炎)을 붙태운다.
지난 가을은 극심한 가뭄과 고온으로  철 잊은 나무들은 여름인냥, 마냥 푸르더니  지난 내린 단비뒤에 찾아든 곤두박질친 기온으로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보다!
오늘은 무를 뽑아 낸 자리에 마늘을 놓았다. 이틀전에 일구어 토양 살충제와 복합비를 뿌려 둔 땅은 어젯밤 내린 가을비로 촉촉히 젖어 마늘을 놓기에 적기다. 이랑을 만들고 골을 내어 포기 사이를 20cm로  마늘쪽 하나하나 뿌리쪽을 밑으로 바르게 세우고 흙을 적당히 덮고 비닐로 멀칭하였다.
예전에는 마늘을 심고 보온재로 볏집으로 덮었지만, 요즘은 농용 비닐 보급으로 일손이 줄어들고 그 효과는 극대화 되었다.
비닐멀칭은 수분을 보존하고 잡초 생장을 억제하며 한겨울 토양 보온 등으로 증수 효과에 좋은 농자재이다.
뜰에 마늘 심기는 경제적 효과보다, 겨울에 창 너머로 보이는  삭막한 빈땅보다 생명이 자라는 모습이 좋아서이다.
겨울 삼동을 빈땅으로 썰렁하게 비워두기 보다는 겨울에도 파란 싹이 자라는 자연을 곁에 두고자 틈나는 대로 시금치, 춘채, 보리등 월동 작물을 심어 둔 것이 제법 자라  창너머 시야는 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지났건만, 봄날 같이 보기에 좋다.
단감나무가의 보리, 돌담아래 춘채(春菜 . 유채) 탱자나무가의 시금치랑 파란 대숲이 어우러저 창가에서 바라보는 눈맛이 이른 봄같은 느낌이다.
이 겨울 다하고 꽃피는 봄이오면 하얀 매화랑 청보리,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져 봄날을 노래할 때 나 또한  그 일원이되어 꽃그림을 찍어야지.


   2006.11.25(土) . 지신당(연구실) 뜰악의 돌틈가 진달래랑, 뜰의 살구,앵두 그리고 하늘매발톱이 곱게 물들어 만추의 그림을 그린다.
연구실 일원엔 매실,단감,은행,앵두,자두 등 12종 80여 그루의 수목이 자라는데, 그 중 이 곳 환경에 잘 자라 열매를 잘 맺는 것은 매실과 살구,앵두이다.  
다섯살 살구는 지난 봄날 연분홍 꽃을 피우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결실된 살구가 아름다워 렌즈의 세례를 많이 받기도했다.
하나는 열매가 굵은 개량종이고, 다른하나는 열매가 잘자란 재래종인데 둘다 떼갈도 좋고  맛또한 꿀이었다. 
그 보답이라도 해여야 겠기에 지난 주에는 둘레를 파고 아롱이(진도견)와 범어(풍산견)의 분(糞)을 모아 잘 썩힌 걸음을 한삽씩 주었다.
그리고 연구실 뜰 좌우에 심어진 앵두 또한 이쁜 나무이다. 5년생 한그루는 어른 키만큼 자라 4월엔 하얗게 꽃을 피워 6월엔 가지마다 앙증맞은 빨간 앵두가 가지마다 오밀조밀 달려 보기에 좋았다. 다른 한그루는 온고당(옛집)옆 계곡 암벽 돌틈에 뿌리를 들러낸체 거꾸로 매달려 겨우 자라던 야생 앵두로  꽤나 묵은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고생한 나무라 구덩이를 넓게 파고 퇴비를 많이 주고 지지대를 세워 잘 관리하여 준 보답이라도 하듯 가지마다 새순이 뻗어나고 바르게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또 다른 한그루는 2년생 개량 앵두로 연구실 문쪽 뜰에 심었는데 이 것은 알이 제법 굵어 먹을만하였다.
나뭇잎이 모두 지는 때에는 올 한해 많은 열매를 맺어 준  당근으로 퇴비라도  줄 예정이다.
이렇게 자연의 일원이 되어 인적 드문 산촌에서 땅을 갈면서 물소리 ,새소리, 대나무 잎사귀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뒷산마루 흘러가는 흰구름을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르다 보면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나의 참 모습을 깨닫게 해주는 여유가 생긴다. 이것이 자연에 뭍혀 사는 멋이 아닐까.
 

   2006.11.25(土) . 지난 주에는 무를 뽑아 매실나무 아래 빈땅에 구덩이를 파고 뭍었다. 무청은 씨래기를 만들려고 엮어 연구실 처마에 매달았다.지난 8월15일 '청운'이라는 김장용 무씨를 파종한 것이 잘 자라 아이 머리통만 하게 굵다. 배추는 묶어서 다음달 수확 예정이다.여백의 공간에 심어 둔 피마자 잎도 따서 처마에 매달았다. 옆산의  밤나무랑 참나무의 지각생 단풍은 소설이 지난 지금에야 단풍으로 물들어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다.

 

   2006.11.25(土) . 지신당(연구실) 뜰악 돌틈의 진달래의 단풍이 곱게 물드러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2006.11.25(土) . 지난 10월 돌담가에 파종한 춘채(유채)가 본잎이 몇장 나와 이제 제법 푸르다.  춘채는 저온성 단일작물로 겨울 삼동을 파랗게 지낸다하여 일명 삼동초(三冬草)라고도 한다. 삼동초는 별다른 보온 시설 없이도 겨울을 나는 채소여서 이른 봄의 나물로 각광받고  제일먼저 들녘을 노랗게 수놓아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 상품으로 재배되기도 하는데, 제주도 일출봉 , 경주첨성대 일원이 유명하여 상춘객들이 많아 찾는다.
그리고 춘채는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 겨울철 공한지에 심어두면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볼 수 있고 이른 봄에는 나물로도 유용하고  그 꽃은 관상용으로 좋다.

   2006.11.25(土) .배고팠던 그 때 그시절에는 논,밭,산등성에 이모작으로 보리를 심어 봄이면 온 산하가 보리 천지였다.
청보리가 패는 5월의 들녘은 보리가 청바다를  이루었다. 노고지리 우짓는 보리밭 사잇길은 낭만의 길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드넓은 보리밭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어 특정 지역에서 재배하여 관광 상품화 작목으로 길러지고 있는 세상이다.  보리 농사는 수지가 맞지 않아서 농민들은 보리 재배를 꺼려한다.   자연적으로 보리는 경제논리에 밀여  재배면적이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일모작으로 한해의 농사를 마친다. 
우리나라의 보리 농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보리는 거친땅에도 잘 자라고 병충해도 거의 없어 적당한 시비와 잡초만 매어주면 잘자라는 작목이다.  보릿고개 세대인 필자는 옛추억을 더듬고 사진 자료로 쓸까해서  지난해 이맘때 쯤 텃밭에 조금 파종한 보리가 잘 자라 텃밭의 청매실과 잘 어울려 좋은 그림이 되어 주었고, 보리를 한가마 실이 거두어 지인들에게 엿기름용으로 나누어 주기도하고,  나머지는 방아를 찢으니 보리쌀이 두말 정도 되었다.  올해도 지난 처럼 청맥 사진을 기대하면서 파종한 보리가 푸르르다. 

   2006.11.25(土) . 사진 자료로 쓸까하여 지난 봄 돌담가 진입로를 따라 심어진 해바라기와 매실밭가 수수는 매실과 감나무 그늘에 가려 웃자라 병충해 저항력이  떨으져 개화후 결실기에 예년 볼 수 없든 가을철 고온으로 이삭 곰팡이병의  만연으로 폐기 처리한 그 자리에 파종(9.8)한 시금치가 수확기에 접어들어 11월에 접어들면서 수시로  나물로 먹기도하고 방문객들에게 선심을 쓰기도 한다.
시금치는 기비로 복합과 퇴비를 주고 한번도 농약을 치지 않아 친환경 나물이라 할 수 있다. 10월초에 공지에 파종한 시금치도 본잎이 서너장으로 자라 푸르르다. 그냥 썰렁한 빈땅으로 겨울을 나는 것보다, 겨울에도 푸르러 보기 좋고 나물을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2006.11.25(土) .연구실 경비대장 2년생 진도견 '아롱'이는 아직 처녀견으로 영리하다.
아롱이는 색상과 소리 식별력이 뛰어나 주인의 차는 밤낮으로 잘도 구별하여 절대로 짖지 않고 팔딱팔떡 뛰면서 반긴다.
낮에는 차량 색상으로, 밤에는 찻소리로. 그러나 외부 차량은 저 멀리부터 앙칼지게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짖는다.
특히 기특한 것은 의심나는 소리나 물체가 감지되면 자기집 지붕에 앞발을 걸치고 상체를 세워 사주경계에 임하는 영리한 개이다.
어느 자식이 '아롱'이 만큼 인사성이 좋을까. 주인의 차가 들어오면 펄쩍펄쩍  높이 뛰기를 시작하여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까지 꼬리를 뱅뱅돌리면 매달린다.
'아롱'이의 고향은 내연산 보경사로 산중 절집에서 태어나 생후 2개월 강아지 때   이곳 매화나무 아래에 터를 잡아 한식구로 살아간다.
'아롱'는 집터는 명당인 듯하다. 매화가 만발하는 봄날엔 꽃비를 맞으며 춘광에 오수를 즐기고, 여름이면 매화그늘이 두터운 흙바닥에 드러누워 피서를 즐긴다.
생활 터전이 흙바닥이라 하얀털이 늘 흙색이다. 낮에는 묶어두고 밤에는 풀어 두는데 집주변을 벗어나지 않고 농작물도 가려서 다닌다.

   2006.11.25(土) . 우리 번칠이 '범어'는 2006년 5월 5일  풍산견 父와 진도견 母 사이에서 태어난 수놈으로 고향이 동해바닷가 어촌마을 경정이다.
지난 6월 9일 우리와 한식구되어 살아간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아롱'이가 겁이나서 눈치를 살곰살곰 보면서 '아롱'이 주변은 얼씬도 못하고 돌아다니든 놈이 얼마나 먹새가 왕성하고  주는대로 잘 먹더니 생후 4개월째인 9월에 접어들면서 등치가 '아롱'이를 능가할 정도로 자라 '아롱'를 공격하여 '아롱'이도 눈치를 실실 본다.
진도와 풍산견의 1세인 '범어'는 외모부터가 진도견 '아롱'이와는 차별난다.발이 뭉턱하고 다리가 짧으며 몸둘레도 굵다. 그리고 생후 4개월까지는 코색이 검정이었는데 성견이 되어가면서 코끝만 주황색을 뛴다. 진도견 '아롱'코색은 전체가 위의 사진처럼 전체가 주황색이다.
반가움의 세레모니도 다르다. 진도는 앞발을 들어 반가움으로 툭툭 치는데, '범어'는 앞발로 사람의 다리를 감싸 앉는다. 그리고  높이뛰기도 잘하여 공격을 할 때는 높이 뛰어 위에서 물고 늘어진다. 생김새도 번지럽게 생겼지만 실제 행동도 번지럽다. 두 발로 땅굴을 파재키고, 꼬리를 물고 빙빙 돌기도한다.그래서 일명 '번칠'이라고도 부른다. 사주경계는 아직 어려서인지 '아롱'이에 떨으져 '아롱'이가 짖으면 따라서 짖는데 목청이  체구에 어울리게 우렁차고, 낮선 사람을 공격할 염라 있어 .낮에는 끈을 단단히 매어 둔다. 밤에는 끈을 풀어 두는데 제집을 잘 지키고 있어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