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사랑과 영혼"   -사랑의 머리카락-

 "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 "
남편 병환이 깊어지자 저승갈 때 신고 가라고 삼 껍질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와 애달픈 사연을 망자의 가슴에 묻은 조선판 사랑과 영혼 이야기.

 

  ▲    안동시 정상동  무덤 자리에 세워진 원이 엄마 동상 아가페

▲    안동시 정상동  무덤 자리에 세워진 원이 엄마 동상 건립비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소이다'.

  지금은 잊혀져 가는 이야기지만, 조선판  "사랑과 영혼" 의 주인공 안동 원이 엄마의 애달픈 사연이 23개 언어로 28개국에서 동시 발행되는  National Geographic 11월호에 '사랑의 머리카락(Locks of Love)'이라는 제목으로 소개 되어 지구인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원이 엄마는 남편 병환이 깊어지자 저승갈 때 신고 가라고 삼 껍질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아 한지에 곱게 싸 죽은 남편의 시신 곁에서 애간장을 도려내는 슬픈에 구구절절 사연 적어 망자의 가슴에 뭍은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 1998년 경상북도 안동시 정하동의 택지개발지의 이름모를 무덤 한기를 이장(移葬) 하면서 배우자의 죽음 앞에서 구구절절(句句節節) 애틋한 사연담아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가는 남편의 무덤에 고이 묻어둔 마지막 편지와 미투리가 400여년의 어둠을 헤치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편지였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

'음력 유월 초하루. 그때도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렸으리!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눈물로 쓴 편지를 관속의 남편 가슴에 묻는 청상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말없이 흐느끼는 청상의 뺨을 방울방울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옷깃을 적시고, 떨리는 손끝으로 관 속에 편지를 넣으며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청상의 고통에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유물에서 확인된 망자(亡者)는 고성이씨(固城 李氏) 가문의 응태라는 남자로 1586년 서른한 살에 요절했다는 것이다.

망자의 가슴에 고이 덮어 주었던 '원이 엄마’의 가슴시린 애달픈 편지는 남편의 장례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씌어진 글로 죽은 남편에게 꿈속에서라도 다시 보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내는 지아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하고픈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종이가 다하자 모서리를 돌려 써고 또 모자라 거꾸로 여백을 찾아 애간장을 애는 구구절절한 그리움을 적어 나갔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그렇게 가시니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

이 무덤에서는 편지외에도 많은 유물이 수습되었는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망자의 머리맡에 고이 넣어 둔 한지로 곱게 싼 미투리 한 벌 이었다.
병석의 남편이 건강해져 이 미투리를 신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를 삼았던 것이다.
끝내 남편이 죽자 ‘원이 엄마’는 이 미투리를 남편과 함께 묻은 것이다.